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그만해", "안 돼", "몇 번을 말했니?"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서랍 속 물건을 모두 꺼내거나, 밥을 먹지 않고 장난을 치거나,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짜증이 납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순간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몬테소리 교육을 오래 공부하고 실천해 왔다고 해서 늘 침착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느리게 행동하면 답답했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하면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토 미카의 『몬테소리 자립교육 × 하버드 식 두뇌계발』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보니, 아이의 행동에는 부모가 미처 보지 못한 성장의 신호가 숨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몬테소리 자립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무조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관찰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감각을 사용해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합니다.
1. 아이 문제행동은 부모의 시선에서 문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육아와 집안일, 일상적인 책임을 동시에 감당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쉽게 지치게 되지요. 특히 바쁜 시간에 아이가 장난을 치거나, 외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으면 부모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 행동은 단순한 방해가 아닙니다. 티슈를 계속 뽑아내는 아이는 잡아당기는 힘을 실험하고 있을 수 있고, 서랍 속 물건을 모두 꺼내는 아이는 물건의 모양과 위치, 반복되는 움직임을 탐색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어지럽히는 행동이지만 아이에게는 감각과 손의 힘을 사용하는 중요한 경험과 과정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화도 내보고 소리도 질러본 적도 있지만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오래 관찰해 보고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아이의 행동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장난처럼 보여도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실험하고, 배우고 있다고 인정해야 했습니다.
아이 문제행동을 해석하는 첫 단계는 "왜 말을 안 듣지?"가 아니라 "이 행동 안에 어떤 욕구가 있을까?"라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이 바뀌면 부모의 말투와 대응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2. 낙서하고 어지르는 행동 속에 숨은 발달 욕구
아이들이 바닥이나 벽에 낙서를 하면 부모는 당황합니다. "종이에 그리라고 했잖아"라는 말이 바로 나오기 쉽습니다. 하지만 몬테소리 자립교육 관점에서 보면, 낙서를 많이 하는 시기는 쓰기와 표현에 대한 관심이 자라는 시기일 수 있습니다. 즉, 쓰기의 민감기를 겪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손을 움직이고, 선을 남기고, 내가 움직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손끝의 움직임과 눈의 협응, 표현 욕구가 함께 자라는 과정이지요.
제 경험으로는 큰아이가 바닥이나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혼내기보다 "쓰기의 민감기가 왔구나"라고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벽 한쪽에 큰 칠판을 붙여두고, 아이가 마음껏 그리고 지울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또 아이가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자리에 종이와 크레파스, 색연필을 놓아두었습니다.
그 뒤로는 "왜 여기다 그려?"라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이도 점차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 가능한 범위를 정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큰 종이를 바닥에 붙여주거나 칠판을 마련해 주면 아이의 표현 욕구는 살리면서 집안의 질서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서랍을 열어 물건을 모두 꺼내거나 장난감을 온 방에 흩어놓는 아이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오지만, 아이는 그 물건들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블록은 집이 되고, 작은 그릇은 음식이 되고, 인형은 친구가 됩니다.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어른이 보지 못하는 상상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지른다고 해서 바로 "정리해"라고만 말하기보다,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공간을 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큰 매트를 방 한쪽에 깔아주었습니다. 그 매트 안에서는 장난감을 펼쳐놓거나 여러 물건을 배치해도 되도록 했습니다. 대신 매트 밖으로는 가져가지 않기, 놀이가 끝나면 함께 정리하기 같은 약속을 정했습니다.
하루는 아이가 콩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콩이 바닥에 흩어질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완전히 막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자리가 있는 큰 매트를 준비해 그 안에서만 콩을 만지고, 담고, 뿌려볼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는 한참 동안 집중했고, 그 안에서 손끝 감각과 집중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3. 쉽게 싫증 내고 고집부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방법
어떤 아이들은 좋아하는 대상이 자주 바뀌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제는 블록에 빠졌다가 오늘은 자동차를 좋아하고, 며칠 뒤에는 곤충이나 그림에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부모는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쉽게 싫증 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가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고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관심이 바뀌는 과정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대상에 몰입하고 있다면 그 순간 아이는 스스로 능력과 재능을 키워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그 관심을 무시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반성할 점이 많았습니다. 저는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격이 조금 급한 편이라, 아이가 길에서 벌레를 보고 멈춰 서면 "빨리 가자"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관심 없는 대상에는 아이의 관심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이웃집 아이를 보며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엄마가 그 관심을 귀찮아하지 않고 기다려주었습니다. 아이가 곤충을 오래 들여다보면 함께 기다리고, 궁금해하면 같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놀라울 만큼 집중력과 관찰력을 보였습니다.
아이의 재능은 부모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관심을 부모가 알아보고 기다려줄 때 자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행동이 느리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도 비슷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외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옷을 천천히 입거나, 놀이터에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를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이 느린 것은 때로는 깊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아이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더 놀고 싶어", "아직 끝내고 싶지 않아", "갑자기 멈추는 게 싫어"라는 마음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니 울거나 버티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의 속도에 조금 맞춰보면 아이가 놀랄 만큼 침착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 더 하고 싶었구나 " , " 마무리하고 싶었구나", "엄마는 네가 속상한 걸 알아" 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언제나 아이에게 맞춰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전 예고가 도움이 됩니다. 밖에서 놀다가 갑자기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하면 아이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10분 뒤에 들어갈 거야", "미끄럼틀 두 번만 더 타고 가자", "시계 긴 바늘이 여기 오면 집에 가자"라고 미리 알려주면 아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방법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예고를 해도 울고 버티는 날이 있었지만, 반복하다 보니 아이가 조금씩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고는 아이를 통제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이 과정은 저희 집에서 습관화되어 있고,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할 때는 언제 출발하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준비합니다.
4. 몬테소리 자립교육의 대응방법은 금지보다 환경 준비입니다
몬테소리 자립교육을 실천하면서 느낀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법은 아이를 바꾸기 전에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낙서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는 큰 종이나 칠판을 준비해 주고, 물건을 꺼내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는 꺼내도 되는 바구니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어지르고 싶은 아이에게는 매트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대상이 자주 바뀌는 아이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허용해 주고, 특정 대상에 오래 몰입하는 아이에게는 그 시간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행동이 느린 아이에게는 재촉보다 예고와 기다림이 필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위험한 행동이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행동은 분명하게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생활 속 대부분의 문제행동은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허용 가능한 범위와 규칙을 정해주면 잘 해결됩니다.
저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느리게 하면 대신 해주고 싶었고, 교구를 제 방식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이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빠른 해결이 아니라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몬테소리 자립교육은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행동 속에 숨은 발달 욕구를 이해하며, 안전한 환경 안에서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인 것 같습니다. 아이 행동에 이해가 안 된다면 우리 스스로 "아이는 지금 어떤 성장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을 전환해야겠습니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환경을 조금 바꾸고, 아이의 속도를 조금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며 몬테소리 자립교육에서 가장 크게 배운 대응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